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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로라 여신을 마주했던 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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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심상구 작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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레이저 빔을 쏘아 올리듯 남쪽 하늘을 향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.
며칠 동안 먹구름 하늘의 장막이 가려져 마주할 수 없었던 오로라
여신이 드디어 아이슬랜드의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한 것이다.

그냥 길쭉하게 남쪽을 향해 뻗어 있던 빛줄기는 서서히 나래를
펼치는가 하더니, 오작교 위에서 연인이 만나듯 남극과 북극을
한 줄기 빛으로 이어 버렸다.

그녀의 모습을 담기 위해 타임을 벌브 모드로 놓고 “하나 둘 셋...”
숫자를 세기 바빴다. 그러나 더 이상 리모컨을 손에 쥐고 있을 수 없었다.
끊임없이 펼쳐지는 여신의 율동을 쫓아 바라보려 하니 내 몸 또한 제 자리에
멈춰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.

그냥 얼음판 위에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,
여신의 무희가 새색시 첫날 밤 옷고름 풀 때 가슴이 부풀었다가
오그라지듯 하니, 내 심장이 멈출 것 같아 차라리 고개를 돌려 버린다.

그녀가 치마폭을 펼친다. 살짝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결에
흩날리는 속치마가 내 얼굴 위를 스쳐 지나가듯 하니, 내 숨결은 가빠지기 시작한다.

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 차라리 눈을 감아 버렸다. 비로써 나는 여신의 손에
이끌려 보석처럼 깔려 있는 별들을 밟으며 춤을 춘다.
그녀의 “Shall we dance?" 그 한 마디에 나는 세상을 잊고 하늘을 날고 있다.

기진해 버린 나를 배려하기 위해 잠시 모습을 감추었다가는 또다시
유빙 해변에 모습을 드러낸다. 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서는 독무대의
화려한 댄스를 펼친다. 내 귀에는 천상의 천사들의 코러스도 들려온다.

열흘 간 아이슬랜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단 한 번 오로라 여신을 마주했건만,
귀국길 짐을 싸면서 그 것만으로도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행복을 되새길 수 있었던 것이다.

그냥 떠나보내기 미안했던지, 마지막 날 밤 여신은 그녀의 시녀를 보내 또 다시
북극 나라의 무도회를 펼쳐 보여 주었다. 그 여정의 추억은 이제 잠결 속 꿈으로
이어지고 있다. 그 꿈은 남미 여행의 꿈으로 이어진다.

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삶의 여정을 나 또한 밟아 가고 있지만 나는
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야 하듯, 내 발을 내딛지 못한 그 곳을 향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.

2015. 3. 9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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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 3

남향/홍승표님의 댓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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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남향/홍승표
  • 작성일
환상의 오로라여신을 알현한 소감을 사진과 함께 감상하니
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
멋집니다 ....헐싱키에서

정성선님의 댓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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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정성선
  • 작성일
황홀한 여신입니다. . .
오로라 !!!
알.흠.답.게. 모셔 오셧네요........................(^_^)

최영락님의 댓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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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최영락
  • 작성일
같이했던 시간 행복했습니다. 기회를 마련하여 대전에 오십시요. 술 한턱 잘할게요.
남미는 꼭 다녀오시구요.  011-5404-4873  최영락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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